우리 집 길고양이 막내는 한살이 조금 넘은 아직 어린 편에 속하는 길냥이다.
가장 늦게 우리집 앞 화단 급식소에 나타나서 대장 길냥이 노랑이를 밀어내고 밥을 먹는가 하면, 노랑이가 자던 겨울집도 빼앗아서 자기가 자고 가는 대단한 싸움꾼 길냥이다. 한쪽 눈이 안 보이는 핸디캡을 공격력으로 다른 냥이들을 위협하면서 다닌다. 체격도 왜소하고 얼굴도 아직은 앳되어 보이지만 살기 위한 본능이 강한 냥이다.
21년도 겨울부터 욌으니까 약 7~8개월 정도 우리 집 화단을 지키면서 밥도 먹고 잠도 잘 때가 많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몸이 좀 커진 것 같아서 유심히 보다가 배가 많이 부른 것을 보고 임신한 것으로 생각했다. 동물병원 선생님도 동영상을 보시더니 임신이 맞다고 하신다. 출산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자세하게 물어보고 와서 준비를 했다.
먼저 고양이 임신기간은 약 두 달 정도니까 8주~9주 정도가 지나면 출산을 한다. 배부른 상태를 보니 출산예정일은 1~2주 후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산실을 만들어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길거리에서 출산하면 덥기도 하고, 비가 오면 산후조리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서 안방 베란다를 산실로 꾸며 주기로 했다.
길고양이 산실을 베란다에 만들어 주기 위해서, 화분과 빨래걸이등을 거실로 옮겨 놓고, 스티로폼 박스로 계단을 만들어서 베란다문을 넘어오는데 다리에 무리가 안 가게 했다. 그리고 건식사료 그릇과 참치캔등을 줄 습식 사료 그릇, 물그릇을 준비해 두었다.
지금이 한창 더운 8월 중순이라서 페트병을 얼려서 물속에 담가두었다. 주변 온도가 조금이라고 떨어지게 한 건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베란다 안쪽 창고를 개방해서 그 안에 출산할 때까지 잠도자고 쉬라고 신실 집을 종이박스로 만들어 주었다.
집 앞에는 스크래처를 구입해서 심심할 때 긁어대라고 두었다. 이건 나중에 아기 냥이가 잠자는 침대 용도로 쓰다가 오줌도 싸고 해서 버림. 고양이 케어에 완전 초보라서 유튜브와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어가면서 준비한 길냥이 임신기간 동안 기거할 집을 만들어 준 것이다. 물론 출산도 하라고 만들어준 산실 역할도 기대했다. 길거리나 덤블 속보다는 훨씬 편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곳으로 생각해서 오늘부터 길냥이가 와서 숙식을 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올 때만을 기다렸다.
우리 까망이는 실외기 뒤에서 사료를 먹다가도 꼭 베란다 안을 한참 들여다보고 가던 냥이라서 베란다문을 열어두면 바로 들어올 거란 생각을 했는데, 그 날밤에 밥 먹으러 와서는 바로 안 들어오고 베란다 안을 둘러보더니 그냥 가버렸다. 물론 실외기 뒤에 두었던 사료와 물그릇은 모두 치워두었다. 아마도 본능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경계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것 같다.
다음날 밤에 밥먹으로 온 까망이가 베란다를 넘어서 들어왔다. 잔뜩 경계와 긴장하는 모습으로 들어오더니 사료를 먹었다.
불편하고 좁은 실외기 뒤에서 먹던 엊그제의 상황과 오늘은 상대적으로 넓고 깨끗한 자리에서 사료를 편하게 먹는 모습을 보니 정말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잘 지내면서 예쁜 새끼들을 날 낳기만 바란다.
오늘 와서 밥도 많이 먹었으니까 잠도 자고 갔으면 했는데,
아직 잠자리는 자기만의 안전한 곳에서 자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먹을 만큼 먹고 미련 없이 자리를 뜬다.
이곳이 바깥보다는 더 안전하고 편할 텐데..
그때는 정말 까망이가 이 베란다에서 새끼하고 살게 될지는 정말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전혀 그런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고, 단지 임신한 동물을 좀 돌봐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한 건데 결론은 함께 사는 걸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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