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사랑"은 요즘 공연에서 "가지말라고" 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
가지말라는 임팩트가 강한 노래가 되어버린 것이다.
고등학교때부터 이 노래를 좋아했었는데,
이게 이렇게 "가지말라고"의 의미가 강한 노래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고등학교 3년을 거의 같이 붙어 지내던 친구와는 졸업하고도 늘 같이했다.
일하는 곳은 달라도 일주일이면 서너번은 만나는 그런 친구다.
다방에서 만나면 "잊혀진사랑"을 적어서 DJ 에게 건네주는게 가장 먼저하는 일이다.
우리가 주로가는 다방 DJ는 거의 빠짐없이 틀어주니까 어떨때는 두번 틀어 줄때도 있다.
70년대말 그 당시는 라이브란게 없고 마침 그때 우리 용필님이 득음을 위해서 은둔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가수 용필님을 좋아했다기 보다는 노래를 좋아했고,
사람 용필님을 좋아하게 된거는 그 후로 2000년 대들어와서 였을것같다.
고3때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면서 지냈는데,
마침 샹송가수 "실비바르탕"이 내한 공연을 한다고 해서 몇달간 그 가수 노래에 빠져있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까 고등학교시절과 졸업 후 얼마간 그 기간에는 조용필 노래 테이프가 별로없었던것 같다.
거의 대부분 같은 노래들로 녹음된거라 항상 같은 노래를 몇년들었고,
그게 전부인줄 알았다.
그때 노래들 중에 특히 "잊혀진사랑" " 잊을 수 없어" 이 두 노래를 참 좋아했는데,
이게 친구들과 우리들의 미래를 암시했던것 같다.
졸업 후 각자 갈길을 가면서,
그 와중에도 이 친구와는 일 때문에 자주 만나고 있었다.
30대 초를 지나면서 결혼을 먼저 한 이 친구는 아들 둘을 낳아서 잘 살고 있었고,
나도 결혼해서 딸 아이를 키우면서 서로 갈길을 가고 있는데,
어느 늦가을 밤에 이 친구 부인한테서 전화가 온거다.
친구 와이프한테서 전화가 온다는 자체가 느낌이 좀 이상했지만..
친구가 회사일 마치고 직원들하고 회식중에 쓰러져서 응급실에서 수술 중이라고...
뇌혈관이 터져서 쓰러진거라하는데,
전화를 받고도 그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파악이 안되고,
그저 피곤해서 쓰러졌을거라는 생각만 들었다.
수술했다니까 잘 회복하겠지 하고 다음날 병원엘 갔는데,
의식이 안 돌아온 상태라 그냥 멍한 모습으로 자는 친구를 보고 달리 뭐라할 말도 없고,
좀 보다가 돌아왔다.
빨리 회복하기만 바라면서 크게 염려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회복할거란 그런 생각 뿐 다른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젊은 나이고 체력도 좋았고,
며칠 지나고 병문안 좀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던날 연락이 왔다.
친구가 죽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바로 병원엘 달려가긴 갔는데,
실감이 안나는 내가 오히려 참 이상했던것 같다.
이 친구와는 형제보다도 더 자주 만나고,
서로 모든걸 다 알고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친구가 죽었다는데 눈물도 안나고,
슬프긴 슬픈데 .. 뭐가 뭔지 ,
양평 고향땅 선산에 묻으러 가면서도, 도착해서도,
친구 와이프가 실신할것 같은 모습을 보면서도 그냥 그렇게 슬펐다,
마을 분들이 친구를 묻고 나서 봉분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때 마침 친구 아들 둘이서 봉분에 올라가서 미끄럼을 타는 모습을 보는 순간,
그제서야 친구가 죽어서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걸 느꼈던것같다.
주체 못할 슬품이 몰려오고...
그렇게 친구를 묻고 돌아와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아마도 그날부터 용필님 노래를 안들었던것 같다
당연히 "잊혀진 사랑"이 이제는 평생 잊지못할 노래가 되었지만,
이 노래를 스스로 다시 듣기까지는 그때부터 거의 20년이 지난 후 였을 것이다.
친구 무덤에도 10년이나 지나서 가봤을 것이다.
70년대나 80년대에도 "잊혀진사랑"은 대중의 인기는 별로 없었던것 같다.
그런데 어느때부턴가 공연할때는 떼창곡으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되었는데,
아마도 다른 팬들도 마음이 저미는 아품이 이 노래와 함께 기억되어서 그럴거라 생각해본다.
나도 지금은 이노래를 다시 듣고 있고,
용필님 노래 중 1순위 노래로 변동이 없다.
1집 레코드판은 이사 다니다가 결국 분실.
지 아버지 봉분에서 미끄럼타던 두 아들은 군대다녀오고,
대학 졸업 후 직장 잘 다니다가 결혼해서 너무 잘 살고 있다.
친구 와이프는 30대 초반에 남편보내고 지금까지 혼자 애들키우면서 고된 삶을 살면서,
이제는 손자들 재롱으로 그 피곤함은 잊고 잘 살고 있다.
우리 친구들이 참 무심한게 많았다는 아쉬음은 지울 수가 없을것 같다.
친구를 보낼때 "가지말라고"를 전혀 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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